별미로 먹는 아빠손 수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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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비라는 별것도 아니지만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음식 중의 하나이다. 각자의 식성이 까다로운 중에서도 몇가지 음식에 있어서는 만장일치로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수제비를 먹어 보겠다는 일념으로 아빠가 팔을 걷어 부쳤다. (여름이라 실제 걷어 올릴 옷이 없었지만, 손은 잘 씻었다.) 그러자 우리 아웅이 다웅이(티격이와 태격이)가 자기들도 하겠다고 손을 씻으며 달려 들었다. 원래 수제비라는 것이 금새 해먹을 수 있는 간이 음식으로 어렸을 때 먹었던 음식인데, 아이들에게 일일이 손을 씻게 하고 비누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또 손을 행구고, 반죽을 조물조물하게 하려면 본 공정의 2-3배의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만두게 하려고 했지만, 매번 반죽할 때마다 자기들도 해보겠다는 성화에 못이겨서 항상 밀가루 반죽에 손을 대게 해 준다.

떡을 좋아하는 아들은 밀가루를 퍼담을 때 부터 신이 나서 붙어다녔다.

아들: "밀가루는 핫케이크만드는 거쟎아!" (엄마가 핫케이크 만드는 것을 여러번 본 관록의 자랑이다.)
"밀가루로 수제비도 만드는 거야"
아들: "그건 소금이야?"
"그래. 그런데 소금은 왜넣을까요?"
아들: "짭짤하라고 넣는 거쟎아." (네가 뭘 알기는 아는 구나.)

아빠는 계량컵을 쓰긴 하지만, 계량을 하진 않아. 그래서 대충 물을 밀가루 부피비에 맞추어서 넣는 거야.
반죽이 완성됨에 따라 잠자코 그림책을 읽던 딸이 가세하기 시작했다. 수제비라는 것이 반죽이 끝나면 성형할 필요가 없어서 아이들이 손을 댈 필요가 없지만 주물럭 거리도록 허락해 주었다. 아이들은 부드럽고 탄력이 있는 반죽을 만지는 것이 신기한가 보다. 찰흙놀이 보다 더 좋아한다.

이번 수제비 반죽은 약간 물이 많아서 질퍽하게 되었다. 손으로 떼어내기도 하지만 급할 때는 칼로 썰어서 넣기도 하는데 칼로 썰기에는 너무 무른 반죽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무슨 정형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손으로 떼다가, 칼로 썰다가 --- 한석봉 어머니도 아닌데 마음 편하게 --- 지금까지도 그랬던 것처럼, 썰며 떼며 수제비를 완성했다.

아빠의 임무는 여기까지다. 나머지 국물을 우려서 간을 맞추는 요리의 단계는 아내가 가족의 입맛에 맞추어 준다.

by 금메달.아빠 on 2011. 8. 15.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