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생 아들 덕분에 운동회에서 응원단장 해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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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격이도 무럭 무럭 자라고 태격이도 무럭 무럭 자라서 내년이면 초등학생이 되는구나. 유치원에서 운동회를 하는데 웬 응원단장을 모집한다나. 그래서 집에 온 아들이 아빠에게 운동회 안내문을 보여주며 이번에는 가족이 다 오라고 하는 행사라고 자못 기대감을 보였다. 돌아오는 토요일은 어쩌면 근무하는데도 아들의 요청은 쉴 줄을 모른다. 그런데 보니 응원단장을 모집한다고 한다. 한참만에 아들에게 물었다. 너는 아빠가 응원했으면 좋겠냐? 그랬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그렇다고 하네.

아들 덕분에 유치원에서 응원도 난생 처음으로 해보게 되었구나!

운동회의 분위기

체육관에 가는 아침은 비가 내렸다. 보슬 보슬 내리는 비에 오지 않는 택시는 설레임을 잠시 가로막는 듯이 보였으나 생활체육관에 가서 많은 아이들이 부산하게 움직이며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운동회는 정말 옛날 운동회 분위기를 아련히 떠오르게 한다. 응원단장은 각 팀에 3명으로 구성되어 형광색 옷을 입고 깃발을 들고 다니며 어린이 들에게 응원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었다. 운동회의 진행은 아마 이벤트 기획사에서 온 사람이 진행하는 것으로 보였다. 마이크에 소리를 높여서 물흐르듯이 진행하는 스탭들이 동물 옷도 입고 손발이 짝짝 맞고 있으니 운동회가 지루하지 않다.

줄다리기는 영차 영차가 힘이다

줄다리기 시합이 시작되려고 하자 줄다리기의 비결은 힘을 하나로 합치는 것에 있음을 나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선수로 나온 어린이들에게 깃발을 보고 영차 영차를 하도록 돌아다니면서 알려 주었다. 그리고 호루라기가 불리우자 청팀 깃발을 저으면서 영차영차 응원을 했고 어린이들이 잘 따라 주었다. 그리고 청팀이 이겼다! 다음은 엄마 줄다리기가 시작되었고 이번에도 앞줄부터 돌아다니며 영차영차에 맞추어 줄을 잡도록 독려하였다. 그리고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보이며 청팀이 이겼다. 마지막으로 아빠들의 줄다리기가 시작되려고 하였다. 나도 직접 출전하기 위하여 줄을 서려고 했는데 나머지 두 사람의 응원단장 아빠들은 앞줄에 서고 있었다. 구령을 붙여서 소리가 들리려면 적당한 간격으로 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뒷줄에서 약간 앞으로 줄을 섰는데 그래도 아직 불안했다. 그 두사람에게 나의 의도가 전달되지 않으면 중과부적이요 역부족이다. 그래서 잠시 자리를 맡아 달라고 하고서 두사람의 응원단장에게 줄다리기가 시작되면 곧바로 영차 구령을 외치면서 할 것을 제안하였다. 그리고 앞줄에서 부터 일일이 구령을 외칠 것을 부탁하였다. 호루라기가 울리고 시작된 영차영차는 으쌰 으쌰로 바뀌기는 했지만 일치된 함성으로 줄다리기가 시작되었다. 물론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보이면서 청팀의 승리로 끝났다. 세번의 줄다리기 모두 청팀이 압도적인 힘의 차이로 승리한 것이다.

2년전 첫째 아이가 유치원 줄다리기를 할 때 느낀 것이지만 학부모 경기에서 줄다리기는 아무도 응원하지 않고 줄다리기의 타이밍이 안 맞아서 어려운 경기였다. 누군가 구령만 붙여줘도 위력을 발휘할 텐데 말이다.

경기 뿐 아니라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누군가 구령을 붙여주고 역량을 응집하도록 분명한 나팔 소리를 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아빠가 가정에서 역할을 해야할 것이고 직장에서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이 결국 조직이 변화시키고 성공시키는 역할을 이루어 낸다. 격려하고 조직의 역량을 한 곳에 집중시킬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한 것이다.


응원상을 받으니 기분이 좋다

응원을 한답시고 나가 있으니 한가지 폐단은 같이 온 아이들과 구경하지 못한다는 점이다.그러다 보니 아이는 자꾸 돌아다니거나 엄마를 보채고 있다. 굳이 응원을 하겠다고 나선 것을 후회하기도 하고 아들에게 격려가 되려고 시작한 것이지만 결과는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 운동회가 마쳐질 때 응원한 사람 6명이 모두 응원상을 받고 시상식에 아이들이 모두 단상에 올라가게 되었다. 이것이 아이에게는 굉장한 기쁨이 되었다. 친구들이 부러워하고 받은 과자 상자를 좋아하며 깡총깡총 뛰었다. 집에 와서도 오늘 너무 감사하다고 하면서 아빠가 응원상을 받고 다같이 시상식에 올라간 것이 감사한 것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똘똘이는 아빠가 응원한 것이 좋았느냐?
네! 아들의 짧은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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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메달.아빠 on 2013. 11. 1.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