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모토로라 그리고 안드로이드의 미래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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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미국 구글(Google)사의 모토로라 모빌리티(Motorola Mobility)사를 인수했다는 소식이 발표되었고 이 소식은 정보기술(흔히 IT)에 관심있는 블로그 저자들 사이에 이른바 "떡밥"이 되어 분석 기사와 앞으로의 예측 기사가 줄을 이었다.

구글사가 모토로라사를 인수합병하다

애플(Apple 굳이 번역하자면 사과)사의 발표가 아닌데도 초미의 관심사가 되는 것은 근래에 보기 드문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심하던 IT 분야에 특종 기사감이 되어 광고 수입을 목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이든지, 취미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이든지간에 논평을 하게 되었다. 그런 식으로 본다면 나도 늦게라도 "떡밥"을 그냥 둘 수 없어서 한두가지를 예측해 놓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모토로라사라고 한다면

몇몇 기사를 읽어보다가 모토로라사에 관한 간단한 설명을 읽게 되었지만 의외로 간단히 언급되어 있는 것에 놀라게 된다. 인수합병 받은 회사라서 그런 것인지 의도적으로 축소한 것인지는 몰라도 모토로라사에 관한 소개는 평가절하된 기분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기억하는 것으로만 본다면 모토로라사는 2차대전 당시에 무선기(흔히 워키토키라고 하던 전화 장비)를 처음으로 개발한 회사였고 무선 통신의 선도 기업이었다. 그리고 애플사가 컴퓨터에 사용하는 고성능 프로세서 칩을 모토로라사에서 공급하였을 정도로 기술로 앞서가는 회사였다. 한국에서 삐삐라는 이름으로 호출기가 유행할 때 벤처 기업으로 시작한 휴대폰 제조사가 있었는데 그 회사가 모토로라사에 인수된다는 뉴스가 발표되었을 때, 대략 1998년에서 1999년 경의 일인데, 우리나라의 휴대폰 기술이 해외로 넘어간다는 찬반 양론이 뜨거웠다. 이 당시에는 블로그라는 것도 없어서 오로지 신문 등의 대중매체를 통해서만 논의의 분위기를 알수 있었다. 지금도 그 회사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당시의 휴대폰 회사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상표명은 어필(Appeal)이었다. 어필은 소형 휴대폰으로써 귀여운 디자인이었는데 이 검정색 휴대폰을 자랑스럽게 목걸이에 걸고 다니던 직원이 많이 있었다. 

구글사가 모토로라사를 인수한 후 경영 주도권은 누가?

소프트웨어 개발자 또는 개발 기법은 하드웨어 개발자보다도 단단한(Hard) 머리를 가지고 있다. 소프트웨어를 개선하는 것은 하드웨어의 개선하는 것 보다 어렵고 --- 실제로 어려울지는 모르지만, 대개는 개발 비용을 불려서 개선을 포기하도록 묻어두는 것이 더 쉽다 --- 보이지 않는 소스코드 속에 살짝 감추어둔 버그도 많이 있다.

구글사는 소프트웨어를 주도하는 회사이고 하드웨어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었다. 그러한 조직 문화적 차이와 회사의 경영 방식이 다른 두 회사가 합병된 다음에는 어느 분야가 더 유연하게 변화를 적응하고 주도권을 쥘 수 있을까?

창업자인 젊은 친구[래리 페이지] 가 다시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최고 경영자의 자리에 돌아온 구글사와 오랜 역사와 기술을 바탕으로 흥망성쇠를 겪어온 모토로라사의 내부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비록 처음에는 구글사가 인수자라는 입장에서 경영을 주도할 것이지만, 수년 후에는 딱딱하고 비대화된 소프트웨어의 성격이 유연한 하드웨어의 경영진에게 역전될 것이다. 생각해 볼 수 있는 결말은 모토로라사가 구글을 광고회사로 사업 영역을 축소하고 분사하는 시나리오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모토로라사에게는 기회

모토로라사가 다시 통신기 분야, 특히 스마트폰 분야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등에 업고 강자가 되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국내 업체들이 긴장한다는 기사를 읽을 수 있다. 모토로라사에게는 재기의 기회가 될 것이다. 구글사는 모토로라사의 특허의 지적재산권을 확보하여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무료임을 더욱 설득력있게 안심시킬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해야 동네 아주머니 아저씨의 호주머니에서도 구글사에 접속하여 광고량을 늘려주는 안드로이드 폰을 퍼뜨릴 수 있다.

모토로라사는 당분간 단말기 가격에 손익 분기점을 걱정하지 않고 재료비에 가까운 가격으로 값싼 단말기를 제안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단말기의 판매는 손해더라도 구글 본사의 광고 수입으로 단말기 사업을 유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말하자면 구글사가 공짜 브라우저 크롬을 무제한 배포하며 구글사라면 무조건 좋아하는 팬들의 입을 빌려서 홍보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수입 모델이 될 것이다.

좀더 시간이 지나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마치 더할 나위없는 노다지(금맥, No touch에서 나온 말)이라고 생각하던 사람들도 누구나 양의 탈을 쓴 사악한(Evil) 이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좀더 일찍 깨달았어야 한다고 논평하는 "떡밥"이 여기저기에서 발견될 것이다.

단말기 제조사에게는 위기

당장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유료화하든지 또는 기술 지원이 모토로라사에게만 차별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을 우려하는 기사가 있는것 같은데, 내가 보는 견지에서는 기우에 불과할 것이다. 안드로이드를 제공하지 않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지만 모토로라사가 고사양의 저가 스마트폰으로 시장을 위협하는 것을 우려해야 할 것이다. 즉 동급의 단말기 제조사가 차지할 수 있는 이익폭이 말라버린다는 것을 의미하게 될 것이다.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미국의 공룡 IT 기업으로 이름을 날렸던 AOL(America On-Line)사가 한 때 타임워너를 인수하고도 수년 지나서 AOL 의 경영진이 퇴진하고 분사된 것을 기억할 것이다. 소프트웨어 기업이 하드웨어 기업을 인수하기도 하지만 인수후에 특별히 재미를 보았다는 소식을 접해 본적은 없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같은 비중으로 개발했던 큰 회사는 지금 시점에서 두 군데 정도가 된다. 하나는 화제가 되는 애플사이고 또하나는 HP(휴렛패커드)사 정도이다. HP사가 값싼 PC로 유명했던 컴팩(Compaq)을 인수했다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PC 사업을 매각했다고 해서 HP사가 IT 업계의 영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를 것이다.

S급 소프트웨어 기술자는 어디에 있는가?

다급해진 단말기 제조사로서는 S급 소프트웨어 인재를 모아 보려고 한다. 이런 방식은 급한 불을 끄는 대는 아주 유용한 방법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실패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S급 인재는 데려다가 쓰고 쓸모가 없어지면 버리는 쓰레기가 아니며 길러지는 것이다. 어느 분야이든 어떤 인재이든 낙하산을 타고 하늘에서 갑자기 투하되는 공수부대 요원이 아니라, 창의적이고 사랑하는 부모(기업)에 의해 다듬어지고  길러지는 것이다.

행복의 파랑새는 멀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집 새장에 있었다는 것 처럼, S급 인재는 햇빛과 물과 양분만 맞아 떨어지고 길러질 수 있는 밭에 심겨질 수 있는 곳에 있다.

아직은 다 자라지 않았을 지라도.
by 금메달.아빠 on 2011. 8. 21. 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