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흔한 변명과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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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소프트웨어 개발로 바쁘고 품질을 낼 수 있느냐에 대한 논의가 진행 될 때, 한마디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쁠 때,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설계서와 도큐멘트를 만들면서 개발하라고 하면 대개 시간이 없어서 개발이 끝나고 도큐멘트를 정리하겠다고 하는 대답을 듣는다. 그리고 그 말을 듣는 관리자를 비롯한 동료들로 이 대답에 동의하고 설계서와 도큐멘트, 기술문서는 다음에 만들기로 다짐한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다. 이것은 전형적인 바쁜 프로젝트의 예가 될 수 있겠지만, 또한 전형적인 실패 프로젝트의 예가 된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프로젝트가 끝나고 도큐멘트를 정리할 만큼 한가해지는 경우를 본적이 없으며 설령 있다고 해도 개발 당시에도 시간을 내지 못하여 만들지 못한 기술 문서를 시간이 지나서 다 잊어버린 사람들이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려서 기술 문서를 만드는 일은 매우 비현실적인 일이다. 행여나 프로젝트 멤버가 뒤섞이기라도 하면 기술 문서의 이야기는 항상 꿈속의 이상향에만 존재하는 것이다.

기술 문서의 정형화된 수준은 아니더라도 자기의 기술 메모 수준이라도 서로 공개하고 정보교환을 위한 인프라 시스템(사내 게시판, 블로그)를 만들어서 의견교환을 쉽게 하고 필요한 정보를 공개하자는 제안은 10여년 전부터 주창하고 스스로 모범을 보이고자 했다. 그러면서 알게 된 것은 정보의 공개는 다른 사람을 위해서 한다는 것 보다 자신에게 더 유익하다는 것을 절실히 경험하게 된다. 최소한 글을 올린 사람은 내용을 좀더 선명하게 기억하게 되고, 또 잊었더라도 올려둔 자료를 컴퓨터에서 찾아내느라 고생하지 않는다. 인프라 데이터 베이스에서 금새 검색하여 찾아내고 기억을 되살릴 수 있었다. 그에 비해 문서화를 귀찮아 하고, 별로 올릴 내용이 없다는 직원들은, 정보를 올리는 것에 대해 반발하기도 하는데, 수년이 지나도 여전히 업무에 발전이 없고 항상 초보적인 내용에 있어서도 헤매는 것을 본다. 그리고 자기의 기술이 없어서 항상 인터넷을 끼고 일해야 하고 인터넷이 없으면 불안과 초조를 --- 일종의 의존증이라고도 할 수 있다 --- 느끼곤 한다. 일전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리뷰에서 하였는데, 요즘 세상에서 오프라인으로 컴퓨터 없이 프로그램을 개발하라고 하면, 독창적이고 제대로 된 논리적 소스코드를 작성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개발자의 변명에 대해서는 너무나 일반적으로 받아들여 지는 폐단이며 거짓말이기 때문에 이제는 듣고도 흘려버리곤 한다. 그럴 수록 "바쁠 수록 돌아가라", 가장 바쁠 때야 말로 가장 중요한 것을 먼저 해야할 때다라는 교훈을 잊어버리면 안된다.

by 금메달.아빠 on 2011. 9. 18. 2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