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펀 원리를 이용한 석유 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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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호스를 사용하여 추운 겨울에 난로의 석유 탱크에 석유를 넣는 일은 아빠의 할일이다. 그런데 베란다에서 넣는 동안 추위를 조금이라도 면하려면 고속으로 석유(등유)를 넣어야 한다. 자동 펌프를 사용하여 넣어 보기도 했지만 자동 펌프는 금새 고장나 버린다. 가끔 안될 때는 고치느라 시간이 더 든다. 조금이라도 고속으로 넣기 위하여 고안한 방법은 사이펀(siphon)의 원리를 이용한 중력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석유통을 등유 탱크보다 높이 들어 주면 펌프를 손으로 연속적으로 눌러 주지 않아도 고속으로 주유할 수 있다.

사이펀(siphon)의 원리는 매우 오랜 옛날 부터 이용되어 왔다. 유럽의 수로는 사이펀의 원리를 이용하여 도시에 수도를 건설했다고도 한다.
내가 어렸을 때 살던 서울 미아리 산동네는 수도의 사정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제한 급수가 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물이 나오는 시간 동안에 커다란 들통에 물을 받아 두고 썼다. 그 들통에서 물을 퍼올리려면 사이펀의 원리가 아주 유용한 것이었다. 호스에 물을 채워 낮은 물통에 대면 수도물보다 유량이 많이 흘러 나오곤 했다.

요즘은 수도 사정이 좋아서 사이펀의 원리를 이용한 생활은 거의 볼수 없다. 양변기의 물이 사이펀의 원리로 작동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는 것 같다. "ㄹ"자로 꺽여 있는 물관은 냄새로 부터 차단 효과를 얻을 수 있기도 하지만 물이 고여 있도록 해서 오물을 깨끗이 쓸어 갈 수 있도록 전기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한 것이 사이펀 원리이다.

기본적으로 사이펀은 진공의 힘을 이용한 것이다. 여러가지 이유로 아르키메데스가 "자연은 진공을 싫어한다."라고 했는데 자연상태에서는 진공이 발생하기 어렵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물이 호스에서 내려가 버리면 부분적으로 진공이 생기려 하기 때문에 내려간 물의 공간을 채우려고 물이 딸려 가게 되는데 이런 힘을 이용하여 양변기의 오물이 쓸려가는 것이다.
by 금메달.아빠 on 2011. 1. 29. 1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