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리로 응석을 업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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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데리고 동물원에 한번 다녀오면, 많이 걷게 된다.
우선 전철역까지 걸어가고, 전철을 갈아타려고 한참을 걸어가고, 동물들을 보려고 뛰어 다니고, 까불다가 보면 돌아올 때 즈음에는 다리가 아파서 걷지 못하겠다고 응석을 부린다.

유모차는 첫째 아이때 구입해서 둘째가 태어나면 둘째에게 물려주게 되지만, 둘째가 유모차를 타는 기간 보다 첫째가 타는 기간이 훨씬 길다. 왜냐하면 다리가 아파서 안아달라고 하면 무거운 첫째를 안아주기 보다는 어려서 가벼운 둘째를 안고 첫째를 유모차에 태우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제는 둘다 커서 유모차를 가지고 다닐 시절이 아니기 때문에 다리가 아프다고 응석을 부리면 별수 없이, 응석인지 알지만, 안아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동물원에 가는 날이면 출발할 때부터 미리 업고 간다. 아이들을 교대로 조금씩 업어 주면 불만도 없고 돌아오는 길에도 그다지 고단함을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

사실, 조그만 아기라면 업어주기도 쉬운데, 이제는 많이 컸기 때문에 업으려면 손깍지가 아프기 마련이다. 몇차례를 업다보니, 요령이 생겼는데 그것은 어부바 띠를 만들어 업으면 쉽다는 것이었다. 내가 엄마라면 처네(강보 또는 포대기, 처네는 서울 사투리였는데 지금은 표준어가 되었는지 국어 사전에 등재되어 있다. 아마 상품명이 등장하면서 유행세를 탄 듯하다.)나 아기 띠를 가지고 다니겠지만, 아빠가 무슨 처네를 메고 다니겠는가?



요 며칠전 동물원에 가려고 하다가 급히 어부바 띠를 만들었다. 벌써부터 이름도 지었다. 어부바 고리, 줄여서 어부리라는 이름이다. 헤어진 내 바지의 밑단을 잘라 서너 겹 겹쳐서 고정시킨 것이다. 이것을 양손에 교차하여 넣어서 손목에 걸어 주면 깍지를 끼지 않아도 아이를 등에 업을 수 있었다. 손깍지를 끼지 않아도 되므로 장시간 업어주어도 별로 힘들지 않는다. 아내는 자꾸 아이들을 업어 주지 말라고 했지만, 다리가 아프다고 서로 업어 달라고 하는데 어찌 모른척할 수 있으랴.

마침 이번 동물원 나들이에서는 둘째가 넘어져서 무릎에 피가 났다. 그 핑계로 돌아오는 길에는 계속 업어 주었다. 사진기는 주머니 속에서 길게 한숨 잤다.
by 금메달.아빠 on 2011. 3. 21. 0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