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코와 큰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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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어렸을 때 목욕하고 나면 귀와 코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것이 늘 있는 일이었는데 서너살을 지나면서는 목욕을 해도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서 코와 귀를 씻어 주는 일이 적어졌다. 갓난 아이들을 목욕시킨 것은 아내의 수고였는데 가끔 귀를 후벼주는 일은 어찌어찌해서 아빠의 담당이다.

대략 한달에 한번 면봉을 사용하여 큰 딸을 큰귀해 준다고 부른다. 귀지라는 말은 대개 "귀에지", "귀지", 드물게 "귓밥" 이라고 하는 것이 보통인데 아이들은 갓난아이 때부터 엄마가 큰코 큰귀한다는 말을 써왔기 때문에 그냥 지금도 큰귀로 통한다.

유치원에서 신나게 뛰어 노는 큰딸은 더 귀에 먼지가 많을 것 같아도 항상 보면 남동생 보다 귀가 깨끗하다. 딸은 귀지에 습기/기름이 많은 편이고 아들은 마르고 건조한 편이다. 항상 똑같은 날 귀를 청소해 주는데 늘 자기를 먼저 해달라고 성화다. 어떤 때는 서로 먼저 하겠다고 아빠 오른쪽 왼쪽 무릎에 머리를 베다가 박치기를 할 때도 있었다.

저녁을 먹다가 어느날 큰 딸이 엄마에게 갑자기 "엄마, 매일 맛있는 밥 해줘서 고마워요." 라고 말했다.
"아가, 아빠는?"
"아빠는 아무것도 안하고 매일 직장에 가잖아."
"..."


그 날은 기분 좋게 깨끗한 큰귀를 볼수 있었다. 아빠도 분발하자.
by 금메달.아빠 on 2011. 12. 15. 2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