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와 인식 (I) 언어와 청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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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5월 6일 지은 것인데, 블로그에 옮겨 적다.


언어와 청취

외국어를 공부할 때 처음에 지나는 관문은 발음의 연습이다. 영어를 공부할 때 한국어에 없는 발음을 익히느라 시간이 걸린다. 모국어에 없는 자음과 모음을 연습하는 시간이 꽤나 걸린다. 일본어의 경우 한국어에 비해 발음이 적고 비교적 단순한 발음이므로 처음에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발음이지만 일본에서 일상 생활을 하면서 접하는 바에 의하면 일어 발음도 원음에 가깝게 구사하려면 상당히 연습이 필요하다. 이는 영어이든 일어이든 러시아어이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국어가 가지고 있는 발음 체계와 외국어가 가지고 있는 발음 체계는 근본적으로 서로 다르다. 유사성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어 발음 체계로 외국어를 발음하려고 한다면 곧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그 한계라고 하는 것은 서로 원활한 의사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결과를 낳는다는 의미이다.

자연적 청취

입으로 내는 소리를 귀에서 들리는 그대로를 듣는 것은 자연적 청취(Natural Listening)이다. 모든 사람이 동일한 음가로 음성을 내는 것이 아니고 편차를 가지고 발음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모국어라면 어려서부터 연습하여 훈련되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지역적 사회적 편차 안에서 평균값을 가진다. 그래서 귀로 들을 때 아무런 여과가 필요없이 들린바를 그대로 인지할 수 있는 음성 언어로 받아 들일 수 있다. 어린 아이의 경우에는 말을 배우기 시작하여 아직 발음이 원하는 목표 평균값 안에 들어오지 않을 경우 매우 알아 듣기 어려운 발음을 하게 된다. 이른바 웅얼거리는 소리를 내게 되는데 이런 과정이 계속 진보하여 조금씩 알아 들을 수 있는 음성을 습득하게 된다. 외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경우에도 비슷하다. 일본인이 만일 “여기가 어디입니까?”를 말한다면 “요기가 오디 이므니카?” 정도로 들린다. 그러나 이렇게 들었다고 하더라도 금새 올바른 뜻을 알아 들을 수 있는 것은 자연적 청취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들린 음성을 재해석하는 인지적 청취로 듣고 있기 때문이다.

인지적 청취

인지적 청취(Cognitive Listening)은 자연적 청취로 들린 음성 신호를 의미가 통하도록 인지하려고 하는 청취이다. 발음이 안 좋은 어린이와 외국인의 음성도 뜻이 통하게 되는 것은 인지적 청취를 통해서 가능하게 된다. 자연적 청취는 귀를 통해서 청각 기관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인지적 청취는 재해석하는 과정이므로 대뇌에서 소프트웨어적으로 담당한다. 같은 국어를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사투리로 인해서 발음이 다른 경우는 인지적 청취를 통해서 인지가 전달된다. 예를 들어 ‘ㅅ’과 ‘ㅆ’의 발음의 잘 구별이 안 가는 경상도 사투리는 “쌀을 사서 도시락을 쌌다.”는 말이 “살을 사서 도시락을 샀다.”로 들린다. 그렇지만 살(肉)을 사서 도시락을 산다고하면 앞뒤가 안 맞기 때문에 재해석하여 의미가 통하게 알아 들을 수 있다. 한편 “(공기)밥 먹었다.”를 말할 때 “빰 먹었다.” “팜 먹었다.”로 발음한다고 해도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같은 말을 들었다고 인지한다. 이는 ‘밥’이라는 단어는 있지만 ‘빱’이나 ‘팜’의 단어는 없기 때문에 자음의 유성음과 무성음의 차이가 있지만 아무런 문제 없이 밥이라고 인지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만일 모음을 바꾸어서 “법 막았다.”고 한다면 거의 의미가 통하지 않게 되어 버린다.

참고: 이 글에서 사용한 "자연적 청취", "인지적 청취" 라는 말은 내가 개인적으로 정의한 용어이므로 반드시 언어학 또는 음성학 용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비전공자로서 관찰된 것을 자연과학적 기법을 사용하여 서술한 것임을 밝혀 둔다.

by 금메달.아빠 on 2010. 5. 23. 1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