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바자회에서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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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자회에서 생긴 일

매년 이맘 때 있는일이지만 어제는 유치원생 학부모로 바자회에 참석하였다. 학부모로 참석하는 것이라고 해서 특별한 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치원 아이들이 연령별로 노래 발표를 하는 이벤트가 있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고 또 바자회 물건을 돌아가면서 엄마가 팔아야 한다는 규칙이 특별할 뿐이다. 다행이라고나 할까 아빠로서는 별로 참여할 것이 없기 때문에 완전히 평범한 바자회라고나 할 수 있다.

우리 딸이 많이 컸구나

노래 발표에서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찍는 아빠들로 장내는 초만원을 이루었다. 갓난 아이들은 울고 떼쓰는 소리가 잡음으로 들어가면서 노래소리는 배경 음악에 가깝고, 사진기 잡은 손은 점점 떨리고, 중간 중간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길을 비켜주느라 동영상도 흔들리고, 햇빛이 얼굴에 비친 딸의 얼굴은 동영상에 하나도 안잡히는 등 에피소드가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래하는 딸아이 얼굴 한번 보려고 눈을 떼지 못하면서 우리 딸이 많이 컸구나하는 감동이 되었다. 어느새 이렇게 커서 노래도 부르고 뛰어 다니면서 노는구나. 태어날 때는 2900그램에도 미치지 못하는 체중으로 작게 낳았지만 어느새 이렇게 커서 한마디 말도 못하던 아이가 유치원에서 의사소통을 하며 노는 것이다!

이것 저것을 사러 돌아다니는 아이를 인파 속에서 잃어버리지 않도록 손을 붙잡고 다니기도 하고 신나서 머리끈도 사고 종이로 만든 물고기 낚시도 지켜 보고 재미있게 놀고 바자회를 즐기는 모습이 부모로서 볼때는 대견하기만 하다.

솜사탕을 거들떠 보지도 않다

유치원 마당에 20여명이 줄서서 기다리는 줄이 있었다. 처음엔 딸과 아내가 같이 행동을 했기 때문에 아이가 어디 있는지 찾아다녀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줄이 긴 곳에 가보았더니 딸아이의 동네 친구들만 있었고 정작 우리 아이는 없었다. 이줄은 솜사탕을 파는 줄이었다. 이 줄에 아이가 없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바자회에 오기 전에 미리 솜사탕을 사달라고 조르면 예외를 두고 한번만 사주기로 아내와 의견 일치를 보았던 터다. 그 이유는 친구들이 다들 솜사탕을 먹고 있는데 혼자만 먹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안쓰럽게 되기 때문에 바자회라는 특별한 이유를 들어서 한번만 예외를 허용해 주기로 했던 것이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서 아이들은 마당에서 구경도 하고 철봉에 매달리기도 하고 나무에 오르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때 동네 아이 친구가 솜사탕을 들고 왔다. 나는 순간 긴장했다. 아까는 줄을 서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이제는 바로 눈앞에서 솜사탕을 먹는 아이가 등장했기 때문에 이미 오른손은 바지 주머니에 있는 동전을 쥐고 있었다.
"아빠, 저게 뭐야?"
"응, 저건 솜설탕이야. 솜사탕이라고도 불러."
"아 그렇구나. 사탕 먹으면 안되지?"(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이)
"그럼. 사탕 먹으면 이에 벌레 생기는 거야."

지금까지 태어나서 한번도 사탕을 사준 적이 없고, 초콜렛은 물론이요, 설탕을 많이 사용한 과자도 사준 적이 없다. 그래서 사탕에 대한 달콤한 유혹이 아직 아이들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순간이었다.

아이들은 오후에 집에 돌아와서 간식으로 삶은 콩을 먹었다. 그리고 연시감을 하나씩 먹었다. 올해도 꼭 곶감을 만들자고 약속을 했다.

철봉 잘 한다

한편 평소에 철봉에 매달리기를 좋아하던 아이가 철봉에 매달리는 것을 아빠에게 보여 주려고 매달리기도 하고 발로차고 뒤로 올라가기를 하였다. 나도 모르게 "우리 어린이 잘한다"라고 칭찬을 해주었더니 옆에서 철봉에 매달리던 유치원생 아이들도 자기도 보라고 주문을 한다. 그리고는 마치 나를 알고 있다는 듯이 '예쁜이 아빠'를 불러대는 것이다.(실제는 딸 이름으로 불렀지만) 나도 맞장구를 치는 의미에서 아이들의 이름표를 보고서 이름을 불러주면서 "가영이 잘한다~" 라고 칭찬해 주었다. (여기서 사용하는 이름은 실명이 아니라 단지 애칭이다.)
"또 봐요."
"그래 보고 있어. 가영이 우와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저도 봐요."
"우와. 하늬도 잘한다. 우와 우와 잘한다."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몰려오더니 동시에 5명이 자기를 보라고 나를 불러댔다. 우리 딸도 아닌데 왜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남의 아빠를 불러서 자기를 보라고 한담?)

자세히 이름표를 보니 평소에 우리 딸이 유치원에서 친하게 놀았다고 하던 아이들이 잔뜩 몰려온 것이다. 그리고 아침마다 유치원 차에서 매일 나를 보고 손을 흔들던 아이들이었던 것이다. 덕분에 딸아이 친구들이 어떤 아이들인지 잘 알게 되었다. 한두명이 시작하던 철봉 앞으로 돌기/발차 오르기가 이제는 집단으로 하기 시작했고 여기 저기서 "나 봐요"를 외치고 "그래 누구누구 잘한다."를 30분 이상 외치다 보니 하루의 기력을 다 소진한 기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잠이 들어 고개가 떨어지는 둘째를 등에 업고 철봉에 매달린 아이들을 격려하였으니 말이다.

그때 아이 엄마가 왔다. 바자회 판매를 매진으로 무사히 마치고 왔다.
자 아가 이제 집에 가자! 얘들아 너희들도 철봉하느라 힘들었으니까 집에가서 낮잠 한숨 자거라.
집에 돌아가려고 하자 잠자던 둘째가 잠에서 깼다. 그래도 응석을 부려서 업고 집에까지 걸어왔다.
by 금메달.아빠 on 2010. 11. 4. 2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