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인용과 간접인용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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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전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귀중한 교훈이 된 일들을 오랜 동안 기억에 남아 있기 마련이다. 오래 남아 있는 이유중의 하나는 그 일을 자주 상기하고 교훈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직접 인용과 간접 인용이라고 하면 중학교 영문법에나 등장할 만한 이야기이지만 나의 경우 이 사건은 두고 두고 우려 먹은("울거 먹다"는 사투리) 이야기다.

돌고래는 고리 통과 성공


1990년 여름 군 부대에서 일어난 일이다. 당시 부대에서 병사의 구타 사고가 일어 났고 나는 사건의 목격자로서 헌병대로부터 목격자 출두 명령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연이어 전화가 오더니 다른 부대의 수사관으로부터 출두 명령을 받았다. 헌병대의 연락을 받았기 때문에 헌병대에 가야한다고 대답했지만 자기네 사무실에 먼저 오라는 말로 짧게 전화를 연락을 끊었다. 부대에서 일어난 일이므로 자세히 설명할 필요도 없고 자세히 쓴다면 한도 없이 길어지기 때문에 생략하기로 한다. 요점은 군악대 중사와 보안 부대의 수병간에 일어난 감정적 싸움에 목격자로 본 것과 들은 것을 진술하는 취조 과정에서 직접인용(또는 직접화법)과 간접인용(또는 간접화법)이 얼마나 큰 차이를 가져오는 가에 관한 실감이자 공포감이었다.

한번 경험한 일을 며칠이 지나서 진술하고자 하다보면 당연히 기억이 흐려지고 전후 사정을 고려한 주관적 판단이 개입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므로 진술을 시작할 때는 중사가 "이러 이러한" 말을 했다고 직접인용에 가까운 취조가 되었다. 수사관은 묵묵히 정황을 다 받아 적었고 차근 차근 모든 의문사항을 물었다. 그리고 나서 지금까지 말한 것이 틀림이 없느냐고 확인했다. 그러나 수사관은 거짓 증언이 있었다면 허위 진술죄로 입건된다는 것을 알려주더니, 지금까지 나의 진술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했다. 즉 중사가 일개 병사에게 친절하게 말을 했다는 것이 사실과 다른 것이 아니냐고 추궁했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한번 똑바로 당시 사건 상황을 물어 보겠다며 2차 진술이 시작되었다.

첫번째 진술에 의해 완전히 불리한 입장에 몰린 나는 문제의 심각성을 피부로 알게 되었다. 당시 정황을 아무리 정확하게 기억한다고 해도 녹음하여 기록해 둔 것이 아닌 이상, 기억에 의존하는 것만으로 직접 인용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는 모든 진술을 간접인용으로 바꾸었다. 헌병대에 가서도 동일한 진술을 반복했다. 헌병대 수사실에는 군악대 중사가 와 있었고 자기에게 유리하게 말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물론 그런 부탁은 들어 줄 수 없었다.

목격자 또는 증인으로서 어디까지나 본것과 들은 것을 말해야지 느낀 것을 끼워 말하면 안되는 것이다.
by 금메달.아빠 on 2011. 9. 19. 2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