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인용과 간접인용의 어법적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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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직접인용과 간접인용의 차이를 작성하고 나서 보니 이에 대한 블로그로의 유입이 예상외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원래 내가 쓴 글은 문법적인 설명을 올린 글이 아니고 에피소드를 올린 글로써 교훈을 되살리는 것이 의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는 독자가 많다는 것은 문법적 해설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이거나, 국문법에 관심이 많은 독자일 것으로 생각되어 이번 기회에 문법적 설명을 해보게 되었다. 다만 나는 국어 학자가 아니라 국어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한 개인이므로 이 글에서 공개한 내용을 강의 또는 논문에 인용을 하고자 할 때는 연락하기를 바란다.

직접 인용과 간접 인용의 어법적 차이

직접 인용은 사실을 말하는데 중점을 두는 것이다. 간접 인용은 의미를 말하는데 중점을 두는 것이다.

표1. 직접 인용과 간접 인용의 의도적 중점
종류
중점사항
직접 인용
사실. 있는 그대로를 말하려는 의도
간접 인용
의미. 사실 자체 보다도 의미를 말하려는 의도

예를 들어 보자.
1) 네 소원이 무엇이냐 하고 하느님이 내게 물으시면...(김구, "나의 소원" 중에서)
여기서 네 소원이 무엇이냐 하고에 대한 것이 직접인용인가? 아니면 간접인용인가? 만일 누군가가 직접 말했고 있었던 일을 기술하려고 했다면 직접 인용이 가능하다. 즉
1-1) "네 소원이 무엇이냐?" 라고 고종 황제께서 물으셨을 때 나는 ...
으로 쓸 수도 있다. 그러나 위 문장은 하느님이 물으신 일도 없을 뿐더러 '하느님이 물으시면' 이라는 가정형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인용은 불가능하다. 이는 직접 인용할 수 있는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2) 지난 주에 아빠가 동물원 가기로 약속했잖아요. 그러니까 어서 가요. (아빠가 언제 그랬니?)
이것이 간접 인용이라고 하는 것은 굳이 논의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쉽다. 말했다는 정확한 사실 보다도 약속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인용하는데 중점이 놓여져 있다.
3) 지난 주에 "다음주에 날씨 좋으면 동물원에 갈까?" 라고 했잖아요. (그래 가자.)
이것은 문맥에서 읽을 수 있듯이 '있는 그대로'를 옮기는 경우에 흔히 사용되는 말이다. 물론 직접 인용을 하지 않고 의미를 말하고자 한다면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한다.
3-1) 지난 주에 다음주에 날씨가 좋으면 동물원에 갈거냐라고 물어 보셔서 가자고 했잖아요.
음성언어인 말을 할때는 따옴표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들은 말이 직접인용인지, 간접인용인지 구별못하는 경우가 간혹 있을 수 있겠으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인용법을 이해할 수 있다.

한편 문자언어인 글을 기록할 때는 인용 부호를 쓰는 것이 문법인데, 학교 교육에서나 입시 교육에서는 문법 설명을 위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진을 인용하는 것은 직접인용에 해당한다


사실과 의미의 차이

'사실'과 '의미'라는 것은 동일한 것인가? 사실과 의미를 구별하여 설명하려면 지금까지 문법설명한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음 기회에 자세한 구별을 하기로 하고 이번에는 직접/간접 인용과 연관하여 간단히 말하기로만 한다. '사실'이라는 것은 그야 말로 있었던 일 자체를 가리키는 것이다. '의미'는 사실이 지니고 있는 의의와 관련성 내지는 영향을 가리키는 것이다.

"김연아 선수가 피겨 스케이트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땄다."는 것을 말한다면 이것은 사실을 진술하는 것이다.
"김연아 선수가 올림픽 피겨 스케이트에서 한국에서 최초로 자랑스럽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라고 한다면 사실과 의미('자랑스럽게'에 해당)를 진술하는 것이다. 의미(자랑스럽게)는 말하는 사람(화자)에게 있어서 느낀 점이기도 하고 사실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의도일 수도 있다.

이에 대비되는 표현으로 "캐나다의 조안니 로셰트 선수가 올림픽에서 자랑스럽게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말했다면 듣는 사람(청자)는 위화감을 느끼고 어딘가 동의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여기서 사실과 의미('자랑스럽게'에 해당)이 섞여 있다는 것을 금새 알아 챌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과 의견의 구별

직장에서 유능한 상사는 보고서를 읽고서 보고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보고자는 때로 사실과 의견을 구별하지 못하거나, 또는 의도적으로 사실을 숨기고 보고자의 의견을 슬쩍 끼워 넣기 마련이다. 수식어를 잔뜩 사용한 경우라든지, 논거가 부족하면서도 비약이 이어진다면 요주의다.

뉴스 아나운서와 뉴스 캐스터의 차이

아나운서는 뉴스(소식)을 전달하는 일을 한다. 뉴스 캐스터는 문자적 의미는 "뉴스를 던지는 사람" 이지만 "뉴스와 해설"을 전하는 일을 한다. 한마디로 논설위원이 아니더라도 논평을 가미할 수 있다는 뜻이다. 뉴스를 단지 읽어 가는 것만이 아니라,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라든지 "이래서는 안됩니다." 등의 해설도 할 수 있다. 해설이라는 것은 '사실+의견'을 광범위하게 포함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방송사에서 실제로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는 기회가 되는대로 찾아 볼 필요가 있다. 다만 위키피디어등을 참조하면 이와 비슷한 개념을 쉽게 알 수 있다.
by 금메달.아빠 on 2011. 10. 16. 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