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워 보이는 한국어: 발음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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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귀로 듣고 말을 배우고, 어른이 되면 책을 통해 눈으로 문자언어를 배우고 청취/청해를 따로 공부하기 마련이다. 어른은 그러면서 문법이라는 장벽을 만나서 씨름을 하는 것이 보통의 일이다.  

언어 학습에 있어서 --- 별로 새로운 이론은 아니지만 --- 언어를 배우는 입장에서는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는 별로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미리 강조하고 싶다. 혹시 영어를 배우거나 일본어등의 외국어를 유창하게 말할 줄 아는 사람이 주위에 있다면 물어보라. 

 

언어를 학습하는 순서

한국어의 발음이 어렵다고 느껴지게 하는 장본인은 바로 학습자의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에 영향을 받는 것이다. 먼저 한국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하는 것은 자음모음체계를 눈으로 보고 외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자음과 모음의 음가(phonetic value)를 공부하고서... (어렵다 어려워)... 단어를 공부하다 보면 발음이 어렵다는 것이 점점 학습자를 괴롭힌다.

언어는 말(음성언어)와 글(문자언어)가 있다. 한국어의 음성언어(소리, 발음 부분)이 어렵게 여겨 지는 것은 문자언어를 가지고 접근하려고 할 때 겪는 대표적 어려움으로써 한국어의 문자표기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국어 발음은 쉽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한국어 발음은 쉽다"는 것이다. 다만 외국어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한국어의 문자언어의 표기는 한글이 표음문자(소리를 나타내는 문자)임에도 불구하고 표의문자(뜻을 나타내는 문자, 한자등) 표기법을 사용하여 어원이나 문법요소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학교에 갔다"는 "하꾜에 가따"로 읽기 때문에 표음문자의 표기법에 따라 적으면 "하꾜에 가따"를 적으면 된다. 그러나 같은 배울학을 사용하는 문장 "항무네 발쩐(학문의 발전)"은 같은 "학"이지만 표기법이 달라지게 된다. 이는 표의문자인 한자가 많은 한국어의 구조와 현실에서 혼란을 가져오는 표기법이 되어 버린다고 하는 판단에 의하여 어원을 살려서 표기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한자 한글자는 한글로 썼을 때 일대일 대응으로 한글자의 한글 표기법이 존재한다. 학(學)을 "하","항"으로 표기하는 경우는 없다.

한자 단어가 아닌 순우리말(한국어)에는 표의문자식 표기를 해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비교적 소리나는 대로 적는다. 여기에도 표기 규칙이 있다. 어간과 어미의 문법적 요소를 살려주는 것이 그것이다. 예를 들어, "갔다/갔니"를 "가따/간니"로 적으면 과거를 의미하는"았/었/ㅆ" 이 사라지게 되어서 문법적으로 아주 어려운 해설을 추가해야 한다."ㅆ"이 뒤에 오는 자음에 따라서 "ㄸ" 경음(된소리)가 되기도 하고 "ㄴ"을 넣어주기도 해서 표기한다는 등...

그러니까 한국어의 음성언어를 배움에 있어서 발음 문제는 그냥 한글 표기가 어려운 방식을 택했기 때문인 것이지 결코 어렵게 소리내려고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나면, 어떠한가? 마음의 부담이 줄어들지 않는가?

한국 어린이들도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보통 3년간은 국어시간에 받아쓰기(듣고 문법에 맞게 쓰는 연습)을 한다. 그만큼 표음문자를 표의문자식 문법적 요소를 살려서 기록하기는 연습이 필요한 것이다. 말이란 게 그런 것이다.


모음조화

  "일본말 속의 한국말"의 저자는 일본어가 한국어에서 유래했다고 하였으나, 한국어와 같은 알타이 어족으로 보기에는 한가지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이다. 알타이 어족의 특징 중에 하나로써 모음조화 현상이 있다. 기왕 이야기가 나왔으니 오늘은 모음조화 현상에 관하여 논의해 보자.모음조화는 의성어 의태어에서 모음이 양성모음은 양성모음끼리, 음성모음은 음성모음끼리 어울려 쓰이고 모음을 교체하면 다른 어감을 주되 뜻은 동일한 단어가 된다는 현상이다. 자음을 교체하여 어감을 변화시키는 경우도 있지만 알타이 어족에 속하는 한국어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외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이 이해하고 학습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말하자면 언어 센스가 생겨나기 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아장아장"걷는 것과 "어정어정"걷는 것의 차이를 알수 있으면 한국어의 언어센스가 있다.

일본어는 한국어와 유사한 단어와 발음이 많고, 한자어의 발음은 한국이나 중국에서 전래된 시기에 따라 여러가지 읽는 훈독이 있는 것을 제외하면 한국에서 읽는 한자발음과 유사한 것이 많다. 단어를 많이 외다보면 유사성의 규칙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아도 스스로 발견하게 되면 일본어의 언어센스, 언어감각이 생겼다고 말할 수 있다. 

아무튼 일본어에는 모음조화가 없기 때문에 이 한가지만으로 같은 어족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충분한 논거가 되지는 못하겠지만 반례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고대 한일 관계에서 백제의 한국인이 일본 성덕태자(이 사람도 한국인이라고 알려져 있다)를 통해 한문을 전래해 주고 문자 문화를 전래해 준것이 일본어에 나타난 한국의 도움과 영향을 밝혀내는 증거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에게 한국이 문자문화를 전해준 것은 가히 혁명적인 일이었다. 전혀 문자가 없는 일본문명을 생각해본다면,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다. 한문에 의한 문화가 결국은 현재의 가나문자의 출현을 가져왔다. 일본어의 특징인 훈독은 통일신라 시대의 이두문자가 어떤 식이었는지를 가늠해 주는 열쇠가 되지 않는가 생각한다. 어쩌면 설총의 이두문자가 일본에 영향을 준 것인지 연구조사해볼 가치가 있다고 본다. 

얼룩말

(얼룩말 둘이서 서로 소근거리고 있다. 좌측말: 너 응가했니? 우측말이 조용히 말했다. 응.)


한국어에는 어려운 모음이 많다

 한국어 학습에 어려움이 되는 관건은 모음조화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모음이 있다는 것이다. 모음을 익히는 쉬운 방법은 듣고 무조건 따라하는 것이다. 어린이들도 그렇게 해서 말을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는 편법을 좋아하고 빨리 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대개 참지 못하고, 어설프게 소리를 내려고 한다. 이는 한국인이 외국어를 공부(익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공부)할 때도 성립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학자들에 의해서 연구된 모음 사각형이 있는데 이러한 도표를 이용하는 것도 모음을 익히는 지름길이 된다. 말을 알아듣는 4살 어린이에게도 그림을 그리거나 말로 설명해 주면 현저히 발음이 향상된다. 이는 나의 자녀들에게 가르쳐본 경험이다.


모음 사각형의 참고: http://ko.wikipedia.org/wiki/한국어_음운론

한글은 발음이 어렵게 보인다

한글은 표음문자임에도 불구하고 표의문자식 표기를 한다는 것은 이미 언급하였다. 어원을 밝히는 표기를 하게 됨으로 생긴 필연적 결과로 자음들의 충돌, 발음의 변화가 다양한 법칙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한글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럼으로 인해서 음성학적으로 다른 표음문자로는 연구하기 어려운 자음의 변화가 한글에서는 연구하기 용이하다고 할 수 있다. 어디까지나 연구하기에 좋다는 것이지, 외국인이나 국문법의 음운론을 배우는 학생들에게는 매우 힘든 과정이 된다.

1980년대 중학생 때 배워서 기억나는 자음의 변화규칙만을 열거해보면 자음접변, 자음동화, 절음법칙, 말음법칙, 경음화, 격음화, 유성음화, 구개음화 등등이 생각난다. 이런 복잡한 법칙이 영어와 일본어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미 발음에 맞추어 표기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드물게 일본어에도 표기와 자음동화되는 예가 있는데, 엄밀히 말하면 표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인데, 이는 다음기회에 쓰기로 한다.

튤립

(튤립: 길에서 지나치던 꽃들도 새삼 아름답게 보이기도 한다. 사실 아름다움을 몰라보았을 뿐이다.)


여기서 한가지 짚어두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언어는 "말"과 "글"인데 말의 세계와 글의 세계는 동일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말의 세계와 글의 세계는 차원이 일치하지 않는다. 말은 억양이 있고 완급이 있어서 감정적표현이 풍부하지만 글에는 시간적 제약이 없다. 글에는 다양한 표기법이 있고 문장부호를 사용하지만 말에는 소리가 존재하고 문장부호를 일일이 소리내지 않는다.

발음을 쉽게 하는 법칙이 있다

  어느 언어이든 어원에서 출발하여 단어를 파생시켜서 더 많은 어휘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자음의 충돌을 회피할 수는 없다. 영어에서도 어원 "com(함께)"가 들어간 단어를 보면 communication, correlation, convene 등 자음이 변화되는 것을 볼수 있다. 오히려 어원으로 영어단어를 공부할 때 왜 같은 의미의 어원이 많은지 곤혹하게 한다. 자음동화를 포함한 자음법칙들은 발음을 쉽게 하려는 데서 생겨나는 것이다. 한글의 자음법칙이 많은 것은 다양한 자음환경에서 발음을 쉽게 하려는 방향으로 발전한 결과이며, 예외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법칙으로 불리워져도 좋다. 

만일 세계의 음운학자가 자음의 발음 현상을 연구하려고 한다면, 나는 한글을 통해 자음법칙을 배워보도록 추천하고 싶다. 현 시대에 존재하는 세계의 유일무이 발명 문자이며 음성학적으로도 우수한 한글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by 금메달.아빠 on 2010. 7. 9.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