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잘라주고 깍아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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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제남은 벽지 곰팡이를 완전히 제거하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아이들의 머리를 잘라주고 깍아주는 것으로 저녁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벽지에 남은 곰팡이는 내일 할 수 있지만, 며칠 동안 더운 날시에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 노는 딸과 아들을 위해서, 그동안 미루었던 이발을 서두른 것이다.

딸 머리를 손질해 주는 것은 몇년이 지나도 여전히 어렵다. 앞머리만 잘라주는 것인데도 마음에 들도록 잘라주지 못했다. 엄마가 잘라주면 좋겠지만, 아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항상 아빠가 잘라주다보니 이제는 의례히 아빠가 머리를 잘라달라고 기다린다. 누이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의젓하게 아들이 의자에 앉으면 빗과 가위를 휘날리며 금새 멋쟁이로 만들어 줄 수 있다.

내가 가진 이발 빗과 가위는 거의 20년간 쓰고 있는 것들이다. 20년전 아버지가 사오셨던 것인데, 그동안 크고작은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한동안 쓸일이 없이 방치해 두던 것을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다시 빛을 보기 시작한 것들이다.

다음에는 딸 머리를 더 예쁘게 잘라주어야 될텐데...
by 금메달.아빠 on 2011. 6. 10. 0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