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을 밀고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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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대학 입시철이다 보니 여기저기서 입시에 연관한 신문기사가 자주 보인다. 내가 대학 입시를 준비하 때는 격동의 시기였다. 그 때도 그렇고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 테지만 우리 아이들이 입시를 준비하는 연령이 아니다 보니 입시에는 관심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1987년 입시에서

한편 1987년 전후에는 매년 입시 제도가 바뀌던 해였다. 20여개 과목을 연합고사라는 시험을 위해 공부해야 했던 86학번, 과목수는 줄었지만 교과 개편이 일어난 87 학번은 처음으로 논술고사를 치렀다. 88 학번은 과목수가 10개 내외로 줄어들고 논술도 사라졌다. 당시 87학번에게 가장 충격이라면 기술 과목이 입시에서 빠져버린 것이었다. 학생들에게는 환영이었겠으나 하루 아침에 학교에서 마치 은퇴한 군인처럼 할일이 주어지지 않은 기술 선생님을 보기에 민망할 정도였다. 기술이 빠지고 실업 과목과 제2외국어가 선택과목으로 묶여지게 되자 대부분의 학생들은 실업과목(상업 또는 공업)을 선택했다.

자연계 학생들은 물리와 화학중에서 한가지를 선택하면 되는데 비율적으로 대략 1:3정도가 화학을 선호했다고 기억한다. 그중에서 물리와 화학을 둘다 선택한 학생은 60명 한반에서 5명 이하였다. 지금도 기억하는 것은 물리, 화학, 제2외국어를 모두 선택한 학생들은 이과 전교생이 420명 중에서 단 3명이었다. 치열한 입시를 앞두고 사치스럽게 점수 따기 어려운 독일어(제2외국어)를 선택하는 학생이 어리석어 보이는 것이다.

고등학교에서 물리 과목의 반평균은 대략 30점 전후였다. 수학 과목 다음으로 0점 가까운 점수 분포를 보이기 때문에 물리 선생님은 항상 무서움의 대상으로 보여졌다.

소신을 밀고 가자

나는 이런 와중에 물리, 화학, 독일어를 선택했다. 소신을 밀고 가기 위한 나름대로의 고집이었다. 화학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과목이지만 물리와 화학을 공부하지 않고서 자연과학을 공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어렵게 선택한 것이다. 독일어를 선택한 것은 망설이던 것이었는데 중학교에서 공업을 공부하다가 고등학교에서 상업을 배우자니 쉽지 않았기 때문에 기왕에 가시밭길을 가는 것이라면 독일어를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대신 고등 생물을 공부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대학에 입학해 보니 과연 물리를 선택하지 않은 친구들은 많이 고생했다. 당장의 입시에 좋은 점수를 얻고자 했던 것이 잘못한 것이 아니지만 결국 나중에 고생하기는 마찬가지다.

문제는 다음 세대

문제는 우리 세대에 창의력과 차세대 리더를 길러내고 있느냐에 관한 것인데, 각자가 하고자 하는 바를 믿어 주고 도와주는 부모가 있느냐가 관건이 될것으로 나는 생각한다. 소신을 가지고 자기의 결정을 밀고 나아가는 추진력은 대학을 졸업하자 마자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크고 작은 일들, 놀이와 좌절을 통해서 배워가는 과정에서 길러지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부모의 말을 듣고 기다리는 자녀가 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언제까지나 부모의 말만 듣고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때가 되면 자기가 판단할 줄 알고 부모에게 조언을 할 줄 아는 상호 의존적인 관계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켜봐 주고 도와 주고 실패를 위로해 주어야 할 때가 올 것이다.

입시와 관련하여 독서와 어휘력이 중요하다는 기사를 보면 부모들이 초등학생 자녀들을 독서 학원에 보내서 독서를 가르치는 유행이라고 읽었다. 모든 것이 한가지의 목표, 입시를 향해 곁눈질도 못하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때로는 실패하는 것도 중요하다. 실패를 딛고 일어나는 것도 배울 수 있고 책임을 지는 것도 배울 수 있다. 배울 마음만 있으면 무엇이든 배울 수 있다.

나는 이런 의미에서 자녀 양육에 있어서 새로운 모험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아이들을  양육함에 있어서도 소신을 밀고 가며 원칙과 믿음을 자녀에게 전달하는 것이 관건이다.

by 금메달.아빠 on 2011. 12. 13. 0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