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지퍼를 고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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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지퍼가 자꾸 열리는 고장/마모가 일어나서 한동안 가방을 교체해서 가지고 다녔는데 그동안 고장난 가방을 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나에게는 쉽게 버릴 수 없는 애착의 가방이다. 이 가방으로 말할 것 같으면 사랑하는 아내가 선물로 사준 가방이어서 버리기 아까운 것이다. 단지 지퍼가 낡았다는 이유로 버릴 수 없는 것은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가방을 들고 다닐 때마다 기억하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기억을 통해 기억의 연속선에서 살아가는 것이 특징이다.
가방

고치려고 뒤집은 상태


지퍼 수리를 맡기려고 했지만 좀처럼 요새같은 세상에 지퍼 수리를 맡길 만한 곳이 별로 없어서 그냥 직접 수리하기로 했다. 수리 방법은 지퍼를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지퍼를 수리하는 것이다. 금속성의 지퍼는 지퍼 이빨이 마모되고 이빨을 다물게 하는 부분(나는 이 부분을 다물쇠라 부르기로 했다), 다물쇠가 마모되어 이빨이 다물어 지지 않고 벌어지게 된다. 그래서 다물쇠 부분을 조여 주는 것으로 고쳐진다. (이런 일은 그동안 수도 없이 해본 일이다.)

이빨이 벌어진 지퍼

가방을 뒤집어 다물쇠를 조인다

망치로 고치고 양초를 도포


단지 펜치로 조여 주면 되는데 이 가방은 다물쇠가 조금 단단한 편이어서 가방을 뒤집어서 좀더 힘을 주기로 했다. 가방을 뒤집는 문제는 매우 간단한 위상 수학의 응용이다. 뒤집어서 망치로 가볍게 다물쇠 배부분을 두들겨서 조여 준 다음 양초의 파라핀을 지퍼 이빨에 고루 문질러 주었다.

새로 산 가방처럼 지퍼는 입을 굳게 다물어 주었다. 아이들은 망치를 본 김에 도토리를 깨보았다. 나보다 아내가 더 좋아했다. 단지 지갑이 굳어서만은 아니었다.
by 금메달.아빠 on 2012. 2. 22.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