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난 딸이 들려주는 옛날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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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이야기를 좋아하는 6살난 딸이 어제도 옛날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랐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빠가 옛날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아이에게 옛날이야기를 해보라고 말했다. 아는 것을 이야기 해보라고 했는데, 아는 옛날이야기가 없다는 것이다.

(아빠) 금강산 호랑이 해봐.
(아이) 모르는데...

선녀와 나뭇꾼 해봐.
그것도 모르는데...

그러면 아는 거 아무거나 해봐. 얼마전에 본 사운드 오브 뮤직 기억나니?
그래. 사운드 오브 뮤직할께.

이렇게 해서 딸아이가 사운드 오브 뮤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옛날 옛날에 마리아 아줌마가 살았는데, 사운드 오브 뮤직 아저씨네 집에 왔대. 사운드 오브 뮤직 아저씨가 불친절하게 말해서 마리아 아줌마가 깜짝 놀랐는데 모자를 벗고 인사를 했어. --- "

끊임없이 이어지는 옛날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아이는 신나게 이야기를 하면서 미끄럼틀 주위를 뱅뱅 돌기도 하고, 간간이 아빠에게 매달리기도 하면서 중간 중간에는 노래를 불러 가면서 장장 15분이나 걸쳐 긴 옛날 이야기를 해 주었다. 얼마전에 비디오를 보았기 때문에 기억이 잘 나는지 술술 흘러 나오는 이야기에 감탄한 것은 그다지 놀라운 것이 아니었다. 내가 놀란 것은 비디오가 한글로 녹음된 비디오가 아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열차례 이상 보았다고는 하지만 매번 영어로 들어야 했고 영어를 알아 듣지 못하는 아이가 영상만 보고도 줄거리를 파악하고 이렇게 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악역으로 나오는 롤프의 이름을 모르니까 그냥 "I am seventeen..." 아저씨라고 인용하고 주인공 아저씨 von Trap씨를 Sound of Music 아저씨라고 지칭하는 것이다.

어린 아이라고 해서 지각이 없는 것이 아니고 외국말로 된 행동을 보고도 이정도로 이해하는 능력이 아이들에게 있다는 것이 놀랍고, 간혹 아이들이 무얼 알겠느냐는 식으로 무시하는 것도 매우 잘못된 것이라는 것이 자명한 일이다.

한동안 박수를 치며 잘들었다고 딸에게 사례를 하느라 하마터면 등유를 사러갈 시간이 없어서 벌벌 떨어야 할 뻔 했다. 주유소가 문 닫기 직전에 사기 위해서 "메리 포핀스"는 다음에 해주기로 약속했다. 딸이 아빠에게 말이다.
by 금메달.아빠 on 2011. 1. 7. 0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