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 아들아 저녁은 무얼 먹어야 옳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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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저녁, 늘 그렇지만 떠오르는 화제는 "오늘 저녁거리로 무엇을 먹어야 옳은가?" 라는 문제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한 입버릇은 어머니의 습관에서 나온 것이다. 한동안 이러한 질문형 입버릇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재미있다 보니 이제는 나도 어느샌가 자주 쓰는 습관이 되었다. 장담할 수 는 없지만, 내가 관찰한 바로는 사람마다 그의 가정 배경이나 지역 배경에 따라, 또는 학교나 직업에 따라서 특정한 단어와 표현법을 좋아하는 것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 옳은가?"에 해당한다고 볼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 이런 표현법을 사용하는 사람을 어머니 외에는 발견한 적이 없었다. 만일 표현법을 가지고 특허를 낼 수 있다면, 적어도 등록상표라도 낼 수 있다면, 어머니의 독자적인 표현법이라고 할 만하다.

요새같은 시대에서는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한 가치 판단 보다도 너도 나도 돈을 벌기 위해 갖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배금주의적 분위기에서 옳고 그른가에 대한 입버릇은 다소 자기 보호적인 습관을 가질 수 있다. 조금이라도 평소에 가치있는 것과 순수하고 참된 것을 기억하고 상기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올바른 가치관을 가르쳐 주기에 좋은 방법이다.

그렇기에 떠오르는 화제는 "과연 저녁에 무엇을 먹어야 옳은가?" 였다.

나는 가볍게 소면(비빔 국수)를 제안했고 김치 비빔 국수가 적격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대해 아내도 찬성했고 큰딸도 찬성했다. 서너살 때도 스파게티(스파게리 아님)를 열심히 먹은 딸은 면을 좋아한다. 그런데 아들의 생각은 달랐다. 남은 찬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밥을 먹어야 한다고 엄마를 졸랐다. 저녁 식탁에서야 비로소 아들의 요청이 그대로 받아들여진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른 식구는 다들 국수를 먹으며 즐거워하는데 아들 녀석 혼자서만 구석자리에 앉아 --- 원래 구석자리가 아들 자리이긴 하다 --- 밥을 먹고 있었다.

국수를 다 먹은 나도 국수는 더 없다고 하기에 밥을 한 술 떴다. 금방 압력솥에 지은 따끈한 밥이었다!

밥을 새로 한거였어?
그럼 어떻게 해요? 얘 혼자서 밥을 먹겠다는데...

과연 우리 아들은 미남(米男)이구나. 쌀을 좋아하고 꿋꿋하게 밥을 먹겠다고 하다니. 덩달아 나도 밥 한그릇을 비우고 나니 가볍게 먹으려던 저녁이 두배 가까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저러나 오늘 저녁은 또 무얼 먹어야 옳어?
by 금메달.아빠 on 2011. 11. 1. 1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