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거울을 들여다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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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수년 전 써둔 것인데, 블로그에 일부를 옮겨보다)

엄마가 최고야

아주 오랜 국민학생 때의 일이다. 비가 내리던 어느 날 어머니가 우산을 들고 학교에 와서 기다리고 계셨다. 비가 올 지 모르고 우산을 가져 오는 것을 잊어버리고 등교하였는데 집에는 전화도 없고 집에까지 가려면 꽤나 먼 거리인데 이 비를 맞고 어떻게 하나 걱정하는 중에 어머니가 교실 밖에까지 와서 기다리고 계신 것이다. 그 당시는 평소에 어머니가 학교에 오면 왠지 창피해서 오시지 않기를 바랬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가끔 도시락을 빠트리고 허둥 지둥 등교한 날에는 따뜻한 도시락을 점심 시간에 맞추어서 가져다 주셨는데 도시락 보다 맛있는 반찬에 그야 말로 진수 성찬이었다. 도시락은 형들과 같은 반찬을 싸야 하지만 이렇게 배달 도시락을 받으면 특별 도시락이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친구들의 어머니는 학교에 안 오는데 우리 엄마만 오는 것이 창피했는지 아니면 가난한 형편에 마음이 걸렸는지 엄마가 오는 것이 싫었지만 점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으면 엄마가 빨리 와 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래서 가끔은 일부러 바쁘게 등교하는 척 하면서 도시락을 빼놓고 간 적도 있는 것 같다. 그러면 그 날은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었다. 그래도 왜 그렇게 정신이 없냐고 어머니께 야단을 맞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 누가 뭐래도 우리 엄마가 최고인 것이다! 이쯤 되면 친구들의 부러움이 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물론 그 때는 이런 것도 깨닫지 못했지만 말이다.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칭찬과 벌의 역할이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 가를 연구하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일 것이다. 연구자가 관찰하는 대상의 아이가 그대로 두면 좋지 않은 성격으로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도 그냥 연구를 위하여 내버려 둔다는 것은 비성서적이고 매정한 일이다. 칭찬이나 격려가 얼마나 약효가 좋은지를 아는 것은 비교적 쉬울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서 남의 집 아이 교육에 어떻게 참견할 수 있으랴하는 것이 또한 부모의 책임일 것이다. 아무튼 나는 실제 어린이 교육에 경험이 있고 좋은 본을 보고 있는 전문가에게 문의하였다. 어린이일수록 칭찬과 격려가 필요하고 어린이 성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벌을 주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조언을 들려 주었다. 어린 아이가 추상화를 그리고 있을 때에도 잘 그렸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고 하던 일을 멈추고 좋아하며 격려하는 등의 예는 어린이가 좋은 성격을 가지고 부모와의 신뢰와 사랑의 관계가 발전하는 데 막대한 영향을 준다고 한다.

아이의 얼굴은 부모의 얼굴

아이의 얼굴은 부모를 닮았다는 점에서 거울이기도 하고 또한 자라면서 배우고 받은 부모의 사랑과 인격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20 대의 얼굴은 자기의 얼굴이라기 보다는 부모의 얼굴이다. 아이의 모습을 보는 것은 부모가 아이를 통해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과 같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발견하는 자기의 모습은 부모의 반응에 비추어지는 자기의 모습이기 때문에 부모의 말 한마디가 아이의 자아상 더 나아가서 부모상에 큰 영향을 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아이에게 있어서도 부모는 거울과 같고 서로가 서로에게 거울이 된다. 부모에게 비추어진 아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아이의 인격과 정서는 부모를 거울 삼아 보게 되고 부모가 말해 주는 모습을 자기 자신으로 수용할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어린이가 부모를 신뢰할 수 있는 보장이 되고 안전한 장소가 되지 못하고 일그러진 자신의 모습과 음울한 자아상으로 비추어지는 자신을 보게 되면 어쩌면 자신의 모습이 그와 같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경우 자신이 모습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거울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거울이 어둡고 밝히 보여 주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 못하여 열등감을 느껴서 격려가 필요할 때 꾸지람을 맞으며, 무언가를 잘하여 칭찬을 바라고 있을 때 무시되는 일이 있으면 아이의 손에 쥐어지는 인식은 본래의 모습보다 일그러진 모습이 될 것이다. 열등감 속에서 고민하거나 반항적이고 남을 무시하는 성격이 자신의 실상인 것처럼 쌓이게 되는 것이다. 이는 올바른 거울이 되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다. 어린이가 잘못을 했을 때 꾸지람을 들어 마땅하지만 그럼으로 인해서 아이에게 잘못된 자아상을 가지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나쁜 것은 “잘못된 점” 자체이지 “아이가” 나쁜 것은 아니다.

by 금메달.아빠 on 2010. 7. 12. 23:06